[중앙일보]“주문하면 공장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집 구경하세요”
UIA 세계건축대회 특별전시 '퓨쳐하우스 2020' - 스케일
‘퓨처 하우스 2020’에 전시된 건축가 하태석의 ‘IM하우스’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SF영화 속 한 장면처럼 하늘을 찌를 듯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을까. 여기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
‘오늘도 하루를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오니 아이엠(IM)하우스는 키네틱 파사드(움직이는 입면)를 살짝 움직이며 나를 반긴다. 집 앞에 서자 나를 인식하고 문을 열어준다. 가족들을 깨우지 않고 소리를 상쇄시켜주는 앰비언트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현관을 지나니 집 안 조명들이 내 앞에서 차례로 켜진다. (중략) IM하우스는 내가 집에 있을 때 내가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파악해서 내가 편안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집을 조절한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IM하우스는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 중이다. 건축가 하태석(스케일 대표)의 집이자 모델하우스다. 집에 탑재된 상황인식 인공지능 시스템이 주거 환경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스스로 진화한다는 컨셉트다. 미래의 집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프로그램 개발자로 확장된다.
이처럼 미래의 집을 엿볼 수 있는 전시 ‘퓨처 하우스 2020’이 서울 성산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고 있다. 24일까지 열리는 서울건축문화제(www.saf.kr)의 특별전이다. 전시를 기획한 하 대표는 “2020년, 당장 4년 뒤에 구현될 수 있는 집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기술인 사물인터넷ㆍ로봇공학ㆍ빅데이터ㆍ인공지능이 건축과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탐구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건축가 유걸의 ‘페블&버블’
건축가 유걸(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대표)은 조약돌처럼 생긴, 어디든지 설치할 수 있는 집 ‘페블&버블’을 선보였다. 공장에서 바로 생산하거나 더 나아가 3D프린터로 ‘출력’해서 만들 수 있다. 유 대표는 “현재 수요자를 찾고 있다”며 “경제성 논리에 붙들려 있는 집의 한계를 벗어나 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시장에서는 가상체험(VR) 기기를 통해 집 내부와 외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DDP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전시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11월 5일까지 서울건축비엔날레(www. seoulbiennale.org)의 메인전시인 ‘도시전’이 열린다. 세계 50여 개 도시들이 직면한 문제와 해법을 공유하는 전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히피들이 높은 임대료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시킨 공동주거 ‘꼬뮨’이 서울 청년주택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다양한 고도를 가진 서울의 단면을 잘라 어떻게 수직적으로 재생시킬 지 고민하는 ‘서울 잘라보기’ 전시도 흥미롭다.
배형민 서울비엔날레 국내 총감독은 “건축의 영역이 건물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첫 비엔날레의 주제를 ‘공유도시’로 정했다”며 “집이 부족해서 더 많이 짓기만 했던 시대를 지나, 있는 집을 관리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떤 집이 필요한 지 고민하는 시대가 된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서울의 가능성을 새롭게 모색해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체험 행사도 다양하다. 서울건축문화제에서는 성북동ㆍ서촌 등을 돌며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는 문화투어가 열린다.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세운상가와 창신동 일대에서는 생산도시 현장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서울 도심의 다양한 제조업 현장을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DDPㆍ낙산공원ㆍ서울로7017ㆍ청계천 등에서 뇌파 산책도 할 수 있다. ‘똑똑한 보행도시’ 프로젝트로, 뇌전도 측정기를 머리에 쓰고 도심을 걸으면서 우리 뇌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살핀다. 참가 신청은 각각의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스케일,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